"소나기 피하고보자"…현금 틀어쥔 펀드들

입력 2022-02-15 17:19   수정 2022-02-16 00:54

국내 주식형 펀드에 현금이 쌓이고 있다. 무리해서 주식을 사기보다 일단 현금을 쥐고 있겠다는 펀드매니저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. 시장에서 가장 투자를 잘하는 펀드매니저도 미국 중앙은행(Fed)의 긴축과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여준다는 평가다.
주식형 펀드 내 현금 13년 만에 최다
1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국내 주식형 펀드(공·사모)가 보유 중인 예금은 총 2조5289억원이다. 월말 기준으로 2009년 5월(3조4194억원) 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. 이때는 리먼브러더스 파산의 후폭풍이 몰아치며 불확실성이 높았던 시기다. 지난해 말만 해도 1조9963억원에 머물렀던 주식형 펀드 내 예금은 지난달 이후 부쩍 증가하고 있다. 이달 8일에는 2조7570억원까지 늘어나기도 했다.

펀드 내 보유 현금은 변동성이 이어지거나 시장이 더 오르기 어렵다고 판단될 때 늘어나는 성향을 보인다. 이후 주가가 추가로 상승하거나 한 번 조정받으면 펀드매니저들은 다시 주식을 사고, 보유 현금은 줄어든다.

Fed의 긴축과 우크라이나 사태 등이 종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. 최근 시장에선 인플레이션이 가파른 탓에 Fed가 다음달 기준금리를 0.5%포인트 올리는 ‘빅스텝’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. 여기에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러시아와 서방국가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까지 부각된 상황이다. 이 영향으로 15일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.51% 낮은 839.92로 장을 마치며 2020년 11월 13일 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. 올해 초 3000선 가까이에서 출발한 코스피지수 역시 연일 급락 후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. 코스피지수는 이날 1.03% 떨어진 2676.54를 기록하며 장을 마감했다. 지정학적 우려에 15일 장 한때 원·달러 환율은 1200원을 돌파했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2662억원어치 주식을 팔았다.

한 사모펀드 매니저는 “현재 증시에 마땅히 호재가 없는 상황”이라며 “긴축이나 우크라이나 사태 등의 진전 상황을 봐가며 당분간 현금을 늘리고 있다”고 언급했다.
대안은 금융·통신·음식료 등 방어주
운용업계의 또 다른 대안은 방어주다. 펀드매니저로선 변동성이 아무리 심해도 펀드 내 현금을 마냥 늘릴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. 펀드의 수익률을 방어하는 것도 펀드매니저의 역할이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시장을 이겨야 하는 것 역시 펀드매니저의 몫이기 때문이다. 이런 상황에서 고배당으로 안전 마진을 확보할 수 있는 금융주나 변동성에 강한 통신주 등이 대안이 되고 있다.

올 들어 지난 14일까지 기관투자가가 세 번째로 많이 매수한 종목은 KT로, 6376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였다. 1위가 LG에너지솔루션(3조4105억원), 2위가 KODEX 200선물인버스2X(6376억원)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이다. LG에너지솔루션은 상장 이후 시가총액만큼 펀드매니저들이 기계적으로 매수해야 했기 때문이다. 이 밖에 배당과 금리 인상의 수혜를 볼 수 있는 신한지주(10위·871억원)와 판가 인상으로 원가 인상을 상쇄할 수 있는 농심(12위·729억원) 등도 매니저들의 선택을 받았다.

또 다른 공모펀드 매니저는 “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일단 현금 비중을 늘리고 있다”면서도 “펀드를 운용하는 이상 현금을 일정 부분 이상으로 늘릴 순 없기 때문에 배당주 등 방어주 위주로 매수 중”이라고 말했다.

이슬기 기자 surugi@hankyung.com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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